우리네 인생 이야기

축의금 만삼천원

2023.01.03

  








 

 

★ 축의금 만삼천원 ★

 


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.

 

결혼식이 다 끝나도록

 

친구 형주가 보이지 않았다. 
 

 


' 이럴리가 없는데...

 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... ' 

 

 


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

 

토막 숨을 몰아쉬며

 

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. 
 

 

 

"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

  여덟시간이 넘게 걸렸어요.


  어쩌나,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... " 

 

 


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

 

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. 
 

 

 

" 석민이 아빠는 못 왔어요. 죄송해요...


  대신 석민이 아빠가

  이 편지 전해드리라고 했어요 "



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

 

눈물부터 글썽였다 
 


엄마의 낡은 외투를 뒤집어쓴 채

 

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 
 

 

 

  


철환아, 형주다

나 대신 아내가 간다 

 
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

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


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

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

이 좋은 날,

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 

 
사과를 팔지 않으면

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


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

사과를 팔았다

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

만 삼천원이다 

 
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

들지 않는다

아지랑이가 몽기몽기

피어오르던 날

흙 속을 뚫고 나오는

푸른 새싹을 바라보며

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

내겐 있으니까 
 

나 지금, 눈물을 글썽이며

이 글을 쓰고 있지만

마음만은 기쁘다 
 

철환이 장가간다...
 
  철환이 장가간다...
 
  너무 기쁘다 
 

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 
 

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

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

신혼여행 가서 먹어라 

 
친구여, 오늘은 너의 날이다

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 

 
이 좋은 날,

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

마음 아파해다오 

 
- 해남에서 친구가 - 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』 

 

 

 


편지와 함께 들어있던

 

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세장... 
 


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

 

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 
 


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 
 

 

 

" 형주 이 놈, 왜 사과를 보냈데요...

   장사는 뭐로 하려고... " 

 

 


씻지도 않은 사과를

 

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.

 


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...


새 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... 

 


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

 

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텐데 
 


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 친구

 

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, 
 


엄마 등 뒤에 잠든

 

아기가 마음 아파할까봐,

 

 

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 
 

 


하지만 참아도 참아도

 

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

 


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

 

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 

 

 

나는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

 


사람들이 오가는

 

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... 
 

 

 

 

- 곰보빵 中 ,이철환 -